[전자신문 사설] 장비 해외 수출 통신사가 후원자로 나서야
국산 클라우드 기지국 장비가 미국 시장을 뚫었다. 에이치에프알이 미국 통신사업자에 클라우드 기지국용 장비를 공급한다. 이 장비는 뉴욕 맨해튼 상용서비스에 투입된다.
국산 통신장비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시스코, 알카텔루스트 등 쟁쟁한 미국 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차세대 기지국으로 불리는 `클라우드 기지국`에서 글로벌 경쟁사를 따돌렸다. 박수를 받을 만한 성과다.
국산 통신장비는 그동안 국내용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국내 통신 3사를 제외하면 고객이 없어 연구개발(R&D) 비용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개발해도 팔 곳이 없는 현실이 장비 국산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 때문에 아예 국산화를 포기하고 외산 장비를 들여와 유통하는 장비업체가 한둘이 아니었다. 판로가 없어 R&D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미국 시장 진출은 이런 악순환을 끊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박세리 선수가 LPGA에서 처음 우승하고,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거대한 산은 한 번 넘기 힘들지만 일단 정복하면 그다음 도전은 한결 손쉬워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박세리 키즈`가 미국 무대를 누비듯 우리 장비업체도 이번 성과에 크게 자극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미국 시장 진출이 SK텔레콤의 후광 효과를 받은 점이다. 에이치에프알은 SK텔레콤과 세계 최초로 액티브 파장분할다중화(WDM) 방식 클라우드 기지국 장비를 상용화했다. SK텔레콤에 장비를 납품하며 제품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해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통신사에서 검증했다는 사실만큼 좋은 마케팅 수단도 없다. 그동안 검증받은 외산 제품만 선호해 온 우리 통신사가 한 번 되새겨 볼 대목이다. 국내 기업과 협업하면 해외에 없는 기술을 먼저 개발할 수 있다. 그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 장비업체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기가 따로 없다. 외산만 선호하는 통신업계에 코페르니쿠스식 사고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